이 영화는 포스터를 보고도 끌렸지만,
알랭 레네, <히로시마 내 사랑>의 감독 작품이란 것이 결정적인 감상의 이유.
1.
무대의 극적인 상황과 현실의 경계는 당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 지에 따라서 다르다.
만약 관객이라면 그 경계는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극적인 상황에 몰입하여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는 그 경계를 지키기 어렵다.
이것은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한 상황이고, 이를 다룬 작품들도 꽤 많았다.
이 영화도 그러한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
매번 이런 스타일의 영화들을 볼 때마다 그냥 그런 컨셉이라고 치부하기도 할 만한데, ..
매번 영화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또 다시 그 이야기에 몰입되고,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2.
이 영화는 현대적으로 각색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신화 이야기인 동시에,
한 극작가의 꾸민 특별한 이벤트의 이야기이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젊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극을
과거의 선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극의 상황을 이어받아 연기한다.
그 배우들은 극중의 등장인물이자, 과거 무대위의 연기자가 된다.
나이가 든 외양을 숨길 순 없고, 장례식에 참석하느라 어둠컴컴한 옷을 입고 있지만,
그들은 극중에서의 자아로 점점 빠져들게 된다.
현실과 무대와 극중의 자아를 넘나드는 이 이벤트가 끝난 후,
그들은 어떤 감정에 빠지게 될까?
3.
영화를 다 본 다음에도,
영화의 제목처럼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한 기분이다.
장례식을 치루고 있는 극작가는 사실은 살아 있었고
그가 진짜로 죽게되자 젊은 연인이 그의 묘지에 찾아왔고,
그가 쓴 연극은 여전히 무대에 오르지만, ..
정말 보고 싶은 것들은 그 배우들이 이 이벤트 이후에 어떤 감정에 휩싸였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어떤 현실을 살아가게 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정말 관객들을 상대로 농담을 던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