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TV와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주말이어서,
EBS 세계의 명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우디 알렌의 영화니까. ..
기본 재미는 있을 것이고.
1.
그러니까.
내가 우디 알렌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20대 때의 일이다.
아마도 애니홀부터였을 것 같다.
그 영화에서 극장앞에서 마구 수다를 떨다가
마샬 맥루한 교수를 영화속에서 불러내는 데에 기절초풍하며 웃었다.
그런 지적인 코미디정도로 즐긴 것 같다.
40대에 들어서 본 이 영화는 매우 다르다.
물론 재밌고, 지적인 위트와 코미디도 섞여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큰 중년들의 재미가 보인다.
섹스는 1주일에 한번하는 것 마저 부럽고,
오랜 결혼생활을 하고 있더라도 사춘기같은 질투는 여전하며
문화생활마저 지리한 일상이 되고,
여전히 젊은이들처럼 아름다운 레스토랑을 열기를 희망하며,
그리고, .. 지리한 일상에서 생의 활력을 을 확인시켜주는 기회가 왔을 때,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다.
2.
영화의 줄거리는 반전이다.
중년부부의 호들갑이 우스꽝스럽기만 하고,
인생의 어떤 계기를 만들어보려는 몸부림처럼 보여지다가.
쫓던 미스테리가 실제 상황으로 드러나면서
극적인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다시 우스꽝스럽지만 은유와 오마주로 덧칠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소룡의 용쟁호투를 떠올린게 나 뿐만은 아니길. ㅜㅜ;;)
3.
1993년 영화다.
그저 매력이 철철 넘치는 뉴욕의 풍경과 뉴요커들의 삶이다.
원래는 미아 패로우가 다이언 키튼 역을 하려고 했으나,
그 유명한 이혼 사태로 다이언 키튼이 여주인공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대에 봤으면, 그저 그랬을 지도 몰랐겠지만. ..
나이들어 보니 많이 공감되고, 많이 부럽고, 많이 재밌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