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어버려야 하는 것인가.. 하는 심정으로 봤다.
영화를 보게 만들었던 것은 물론 감독 짐 자무쉬의 이름이었다.
1.
뭐 대단한 기대를 하고 본 것은 아니다.
제목은 극단적으로 낭만적이긴 하지만, ..
뱀파이어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조금 진부하지 않은가 싶었다.
더구나, 틸다 스윈튼은 최근 이미지 소모가 많이 된 편이고,
트레일러에서 본 남자 주인공은 허세와 겉멋이 쩌는 것 같았고. ..
그런 낮은 기대에서 보았던 탓인지,
굉장히 재밌게 봤다.
2.
영화 초반부터,
아담이 수집하는 빈티지 기타들에 완전히 넋이 나갔다.
아담의 집에 있는 테이프 레코더를 포함해 오래된 음악 장비들에도 마음을 홀딱 빼앗겼고,
이브의 집에 쌓여있는 책들도 정말 멋지게 보였다.
다 떠나버리고 적막한 디트로이트의 모습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웠고,
주차장이 되어버린 미시간 극장의 몰락한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물론 탕헤르의 밤도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겼지만, ..
멋진 뱀파이어 커플과 함께 영화 속의 공간들을 바라보며,
또 몇 가지 재밌는 에피소드들에도 웃음짓다 보면,
도대체, 사랑하지 않는 자는 죽어버려야 하는
그런 극적인 순간은 언제 오나..
이 뱀파이어 커플에게 위기와 곤경이 닥치긴 하지만, ..
영화의 라스트신은 참.
내 이래서 짐 자무쉬를 좋아한다니까.. 를 외치게 한다 ㅎㅎ;;
3.
극장에서 누군가와, '이뻐, 멋져..' 연발하기 보다는
새벽에 혼자서 보기에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