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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07. 15

상품의 시대 :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본 한국 소비 사회의 기원 | 저자 권창규 | 민음사 | 2014.03.03 | 페이지 468 | ISBN 9788937488795



표지부터 귀여운 <상품의 시대>라는 책이다.


4월 말부터 5월 초에 읽었고, 

좀 지나서 포스팅을 올리려 하니 책의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쉽다.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을 지배했던 상품과 광고를 일별할 수 있는 책이다. 그것들을 읽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다양한 사회학적, 인문학적 이론들과 역사적 사료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쭉쭉 읽어나가기가 매우 즐겁다. 그렇다고 잡학사전식의 책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니. .. 현재의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의식에 대한 비판과 재고가 그 과정에 녹아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읽은 사회학적인 책 중에서 가장 어린(?) 글쓴이의 책인 것 같은데, 저자의 논리 전개와 근거 제시에 생동감이 있고 톡톡 튀어서 꽤 재밌게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감상문같은 후기에 그칠 책은 아닌 것 같은데.. 


열심히 공부하고 재밌게 글 써주신 글쓴이에게 박수를. ..


<< 목차 >>


머리말 상품과 사람들, 그 최전선

들어가는 말 상품 행진곡, 광고 전쟁 
상품, 인간 정체성의 중심에 서다
신문에 광고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1880~1919년
☞ 인기 많았던 외제 담배, 보다 빠르고 간편해지다
민간 신문과 광고의 전성시대: 1920~1930년대
매체와 광고의 결탁: 일본 상품 광고는 왜 문제가 되었나
☞ 일본 상품 광고량은 얼마나 됐을까
광고하고 보는 사람들, 그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
☞ 여성 소비자와 소비자의 ‘여성화’

1 입신출세하려면 이들처럼

상품의 신(新)감각에 호응하다
상놈도 배우면 양반이 된다
☞ “입신의 무기”, 영어
출세의 지름길을 향한 ‘스펙’ 쌓기
☞ 두뇌 자본을 개발하시오: 건뇌환 광고
외양과 매너를 계발할 일
☞ 구직이나 선보일 데 쓸 사진은 이렇게 찍으시오

2 무릇 문화인이자 교양인이라면

도시, 백화점, 양품 유행
☞ 대도시는 “살인적인 고밀도”
☞ 식민지 서울의 남쪽 백화점과 북쪽 백화점
서울 거리의 상투쟁이와 파마머리
☞ 남성의 양복, 여성의 한복
여가를 즐기는 당신은 문화인
여행가와 ‘스포츠가’
☞ 스포츠와 광고의 만남: 1932년 상공 연합 대운동회
☞ 여름엔 해수욕장, 겨울엔 온천
‘취미는 독서’입니다
모던 가정이라면 음악 감상을

3 건강! 건강! 건강합시다

건강, 광고를 점령하다
위생 강박: 모두 모두 “손을 씻으십시다”
☞ 21세기식 손 씻기 국민 운동
건강 염려증 환자의 사례: 1934년 ‘구보’씨
의약품 소비의 의례: 약을 상비하세요
☞ 한국인 매약업의 초창기: 동화약방과 유한양행까지
식민지 내부의 병자 만들기 전략
☞ “국민병”이자 “근대병”: 결핵
병든 ‘지나’ 만들기: 대동아 건강 전쟁으로
☞ 광고의 변신은 무죄

4 성(性)스러운 인간들

성, 음지에서 양지로
☞ 기생 요금표와 포르노그래피 광고
성병과 ‘화류병’ 사이: 성 판매 여성과 성 구매 남성
☞ 공공의 분노와 신경질의 태동
치료해 줄 테니 즐기시오: 성병 약 광고
남성과 어린이들의 병사(兵士) 되기
☞ “국민 교육의 도장”: 해병대 캠프 상품
여성들, ‘성녀(聖女)’와 ‘성녀(性女)’ 사이에서
☞ 인구 억제와 증식 사이에서: 가족계획 사업

5 소비 대중에서 국민으로

상품 전쟁에 나선 병정들: 조선제, 일제, 미제
토산: 조선 사람은 조선 것을 쓰자
☞ 국산이란?: 순토산, 순국산부터 명예 국산까지
국산: 강한 일본의 국민이 되라
☞ 이것 먹고 강한 국민이 되라: 비스킷 광고와 은단 광고
국산이라는 단일 신화: 잉여와 변종의 세계
☞ 유명한 한국인 스타를 쓴 일본 광고들
국민으로 포섭되지 않는 소비 인간들

나오는 말 소비자라는 너와 나의 이름들



부록 신문의 광고량, 광고 수익, 발행 부수 | 직업별 인구 분포 | 1930년대 도시 직업인들의 생활상
참고 문헌
찾아보기




<< 출판사 책 소개 >>



상품은 어떻게 한국인을 바꾸어 놓았는가
근대 상품이 빚어낸 새로운 한국인
소비 인간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다 


자본주의적 인간이 태동했던 20세기 초, 한국 소비 사회의 시작을 되짚어 보는 『상품의 시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개항장을 거쳐 박래품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때, 광고가 맡은 첫 임무는 외국에서 온 이 낯선 물건들을 기꺼이 구매해 줄 소비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광고는 상품의 세계를 신화화했다. 광고는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 등 누구나 추구할 만한 많은 가치들이 모두 상품 소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내세우며 사람들을 매혹했다. 사람들은 구매력을 중심으로 재편된 새로운 소비의 위계질서 속으로 급속히 편입되어 갔고 상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 나갔다. 마침내 탄생한 소비 인간(Homo consumus)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이름이 되었다. 젊은 학자 권창규는 국문학 전공자로서는 드물게 문화 자본과 소비에 관심을 가지고 광고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을 읽어 냈다. 대한제국과 식민지 시기에 나온 광고를 비롯해 문학과 신문.잡지의 기사를 섭렵하며 상품 소비가 삶의 중심으로 부상한 근대의 일상을 살피고 상품의 호출해 낸 한국인의 실체를 조명한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상품으로 탈바꿈하는 현장을 목격하다 
근대 광고와 문예물에 드러난 한국 자본주의의 시작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욕망하고 추구할 만한 기본적인 가치로 여겨진다. 우리는 입신을 위해 각종 스펙에 매달리고 그에 호응하는 수험서와 학원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집 안 서가에 진열된 명작 전집은 우리가 ‘교양인’임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되고, 예부터 큰 관심사였던 불로장생은 웰빙과 힐링이라는 ‘세련된’ 말로 탈바꿈해 우리 주변을 맴돈다. 그런가 하면 걸그룹의 등장에는 늘 선정성이 이슈가 되고, 글로벌 IT 기업의 신상품 출시 대결 구도는 자연스레 국산 대 외제의 대결로 이어진다. 우리가 욕망하는 가치들은 이렇듯 늘 우리를 둘러싼 상품을 통해 드러난다. 보드리야르도 지적했듯, 상품은 우리 자신을 드러내는 기호이며 우리가 행하는 소비를 통해 우리는 규정된다.
이렇게 상품화된 삶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개항지를 중심으로 박래품이 유입된 이후 소비 사회가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다른 나라에서 배로 실어 온 물품인 박래품은 당시 사람들이 전혀 접해 보지 못한 낯선 물품들이었고 이를 팔기 위해서는 널리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지점에서 상업 광고가 등장한다. 당시 광고가 맡은 임무는 단순히 어느 한 가지 물품을 소개하는 데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상품을 소유하지 못함을 사람들이 문제로 느끼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 광고는 소비자를 만들어 내야 했다. 광고는 새로운 생산자와 생산물을 소개하는 일종의 ‘알림’ 역할로 출발했지만 이는 상품의 세계를 신화화하고 욕구를 만들어 내는 일과 떨어져 있지 않았다. 광고라는 신화는 상류층의 생활을 표준으로 제시하며 사람들의 계층 상승 욕망을 자극했다.”(22쪽) 광고는 근대성을 소비와 직결해 버렸고, 다양한 근대적 가치가 광고를 통해 일상화되었다. 성공, 인격, 건강, 섹스, 지식과 교양, 민족과 국민까지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현장이 광고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30대 젊은 저자 권창규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박사 학위 논문 「근대 문화 자본의 태동과 소비 주체 형성」(2011)을 쓴 후 “시를 공부하다 광고 연구로 변절한, 혹은 문학 연구 지형에서 꽤나 이탈한 연구자”가 되었다. 박사 학위 논문을 발전시킨 이 책에서 그는 ‘자본주의의 시(詩)’라고 일컬어지는 광고를 중심으로 박태원, 김기림, 이태준, 김남천 등의 시와 소설, 평론 그리고 신문과 잡지에 게재된 다양한 기사나 기고문을 섭렵하며 그 안에 담긴 소비 한국의 콘텍스트를 국문학도 특유의 세심한 눈으로 읽어 낸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양반’이 될 수 있다!
상품으로 상승을 꿈꾸는 한국의 소비 인간들


저자는 광고가 자극한 사람들의 욕망을 다섯 가지 키워드, 즉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으로 요약했다. 근대 이전의 사람이라고 성공과 미와 쾌락, 건강을 중요시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아니다. 무병장수는 인간의 오랜 꿈이었고 입신출세는 가문의 가업이었으며 오락과 여흥, 사랑이 있었다. 다만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소비 사회로 들어서면서 입신과 출세, 취미와 오락, 성(性)과 위생, 건강의 가치가 새로워진 것이다. 예컨대 입신은 더 이상 양반만의 몫이 아니라 누구나 다 성공해야 하는 막대한 권리이자 더욱 막대한 의무가 되었고, 근대적 감각의 취미와 취향이 자리 잡았으며, 위생과 건강한 몸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고, 성이 유희와 여흥의 대상으로 부상했으며, 민족과 국민이라는 가치가 일상에서 구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가 상품을 통해 이루어졌다. 광고는 이러한 가치들을 삶의 표준으로 제시하며 소비로써, 상품을 획득함으로써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선전했다. “상품도, 상품 소비도 충분히 낯설었을 때 광고는 새로운 가부장으로 등장한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의식주를 공급하고 삶의 윤리와 철학까지 가르치고 있었다.”(25쪽) 
자본의 침입을 맞아 신분 사회는 붕괴되었고 사람들은 소비력에 따라 재정렬된 새로운 위계로 급속히 편입되었다. 모든 가치가 상품으로 소비되는 시대는 누구나 ‘양반’이 될 수 있는 세상, 그야말로 ‘돈만 가지면 참 좋은 세상’이었다. 광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람들의 상승 욕구를 자극했다. 상품을 갖춤으로써 영위할 수 있는 상층의 삶을 펼쳐 보였다. “광고가 소비의 욕망과 꿈을 판다면 많은 피지배 계급은 광고의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들에 속했다.”(67쪽) 소비 ‘대중’을 매혹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지닐 만한 원초적 욕망을 일깨워야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가치, 출세ㆍ교양ㆍ건강ㆍ섹스ㆍ애국은 오랫동안 인간 삶의 기저에 자리했던 가치였고 광고는 영리하게 이를 활용했다.
‘광고의 홍수’라는 말이 식상한 관용구처럼 쓰이는 오늘날에도 이 다섯 가지 가치는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광고가 대변하는 새로운 가부장은 더 은밀하고 더욱 강성해졌다. 하여 이 책은 다섯 개 장에서 각각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오늘날보다는 촌스럽고 적나라하지만 좀 더 단순했던 태초의 한국 소비 사회를 되짚어 본다. 이로써 자본주의 시대에 새로이 탄생한 한국인, 소비 인간의 실체를 조명하고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오늘날 소비 사회의 주소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