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러니까 말이지 1997년 10월 21일 쯤이었다고 하면,
나는 우울한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나서, 전공 너댓과목의 리포트/발표 준비를 한다고,
그 때 나랑 친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드라?
이 때가 어느때냐하면, 바로 IMF 직전 분위기로 나라가 망조(?)가 든다고 여겨지는,
매일 아침 지하철 가판에서 신문 타이틀들을 보면서,
대기업들이 부도가 나고, 경제가 붕괴된다는 소식들에..
뭔일이 언제쯤 덮치느냐를 예민하게 걱정하던 때, ..
(* 지하철에서 메트로나 포커스같은 무료 신문이 없었을 때..)
이때는 음악듣기도 그냥 BGM이 필요했던 시절인지라.
소형 라디오로 AFKN 라디오만 열심히 끼고 살았던 때인지라. ..
(* 아. mp3 플레이어라는 것이 일반인의 손에 들려지기 전.)
게다가 PAPER를 비롯 무수히 많은 각종 컬쳐 매거진도
이젠 더 이상 새로운 흥미가 덜 해지고..
약간 한풀 꺽였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천리안 PC통신에 열중했던 시기였다.
천리안 3B派라는 것이 어쩌다가 조직되었는 데,
결국은 PC통신 상에서 아줌마수다를 떠는 일군의 하릴없어 보이진 않지만 하릴없는 젊은이들..
그래도 요 때쯤이라면, 한 5-6명이 고정멤버가 되어있었을 것이고.
그 중에.. 쿡쿡 찔러도 보고,
전화통화도 하고,
뒷소문도 옮겨지고 ..
어쩌면 그때 가장 친했던 친구들이 PC통신 무리들?
무진장 열중해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열띠게 이야기했을 것이고,
그 무엇에는 "음악"과 "락"에 대해서도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
하긴, PC통신 시절부터는 나는 본격적으로 JAZZ의 시기에 들어가 버려서. ..
Anyway.
결코 나는 1997년 10월 21일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오늘도 마찬가지이고,
2.
그날, 난 blur의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았다.
모. 누군가 이야기를 했지만, 그냥 blur 흠.. 약간 시니컬했을 수도 있고?
공연장소가 정동문화체육관이란 것에서 김 빠졌을까?
아니면,
recording에만 가치를 두고 있었을까? performance 쯤이야 순간의 열광이라고 치부하며..
나는 실제로 이런 주장을 하고 다녔던 때였다. ..
아니면,
누군가와 같이 갈 사람이 없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이건 좀 큰 이유였겠다. .. 연애도 미경험이었고,
아니면,
티켓비용을 생각하자니 엄두도 못냈을 수도 있다. 정말 1만원 이상 들고 다녀본 적이..
그래도, 이 이유는 좀 아닌거 같네..
어쨌거나, 난 가지 않았다. .. 가지 못했다.
3.
자. 12년이 지난 지금..
이 영상을 보면서 왜 눈물이 찡하는하는 지 모르겠다. .. 아니, 너무 잘 아는것일 수도 있다.
상실은 이란 말이 도데체 무슨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네..
나는 1997년 10월 21일이라는 과거를 상실해 버린 듯 하다.
솔직히, 결코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자신하지만,
나는 그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거나, .. never never.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지금
되찾을 수도, 되찾으려고 노력할 수도, 노력해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
그런 끈을 한가닥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나를..
그런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
4.
2009년 11월 25일에는 이별을 경험했다고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지속을 안했다. 또는 못했다. ..
뭐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 12년 뒤에는 이런 저런 이유도 붙일 수 있겠지만.
결국 의미는 상실인 거다.
1997년 10월 21일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