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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05. 09

펜타포트락페스티벌 vs. 지산밸리락페스티벌 - 양 쪽 모두 다녀온 비교 후기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을 양쪽 모두 다녀온 사람으로써,
그리고, 내년에는 이런 웃지못할 비극적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
두 곳을 비교하는 후기를 써본다.

7. 25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다녀옴
7. 26 :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을 다녀옴

아래 사진은 각각 모두 공연장에 도착한 시간에 찍은 사진이다. 
대략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사이




이제 하나씩 비교해 보자.



1. 라인업

예고되었던 라인업의 승패는 실제로도 명확했다. 라인업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2. 스테이지

사진에서 보듯이, 저주받은 트라이포트의 기억을 씻어주었던 펜타포트의 명물 빅탑 스테이지는 지산밸리로 이동했다. 펜타포트에서는 더 이상 이 빅탑 스테이지를 못보는 것일까?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가슴아팠던 점은 관객이 없어서도 아니고, 공연이 후져서도 아니고, 바로 이 스테이지의 비쥬얼의 차이였다. 다음날 지산밸리에 도착하자 마자 가장 반가웠던 것도 역시 이 빅탑 스테이지. 어쩌면 이 빅탑 스테이지가 마치 대한민국 락 페스티벌의 대표성과 정통성을 상징하듯이. .. 이 스테이지가 어디로 이동하냐에 따라 그 해의 락 페스티벌 중심이 이동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어쩌면 지산밸리 참석자들이 여태의 펜타포트와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바로 이 빅탑 스테이지가 아니였을까. ..반면에 각각의 서브 스테이지는, .. 정말 이 비극의 시작이 아무런 개념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해주었다. 그 몽고 유목민 천막같은 디자인은 밖에서 보기에는 이 곳이 펜타포트인지 지산밸리인지 구분을 못하게 해준다. 단지 지산밸리가 천장에 뭐가 좀 더 걸려있었을 뿐? 각자 이름은 펜타포트 스테이지, 그린 스테이지라고 불렀지만.. 이름말고 차이가 뭔가?

3. 사운드

이상하게도, 펜타포트의 약간 많이 초라한 저 스테이지도 훌륭한 사운드를 뿜어주었다. 내가 본 공연 중 가장 좋았던 매치는 국카스텐의 공연무대였는데, 상당히 잘맞는 사운드를 뿜어주었다. 지산밸리의 사운드 역시 훌륭했는데, 결론적으로 어느 쪽 사운드가 더 훌륭했냐를 굳이 따지자면 지산밸리의 사운드가 더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된 이유는 대략 두가지 정도를 짚어볼 수 있겠는데, 일단 해외 뮤지션들이 대동한 엔지니어들이 공연무대를 셋팅해주는 경우가 지산밸리가 더 많이 차지하였고, 그리고 지산밸리에서는 사운드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는 밀도있는 느낌인데 반해, 펜타포트에서는 사운드가 바람과 공기의 흐름에 너무 영향을 받는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산중의 공연장과 바닷가의 공연장의 차이일까? 개인적으로 스테이지 앞쪽으로 달려가 날뛰며 듣기보다는 뒤에서 돗자리깔고 듣기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 공연장에서의 위치를 고려한 언급인거고, ..

4. 관중석

OMG. 지산밸리는 잔디다! 이제 락 페스티벌이 꼭 머드축제와 동일시 될 필요는 없어져버린 셈. .. 물론 작년에 펜타포트에서 트래비스(Travis)의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절절히 들었던 사람들, 우비와 장화가 진정한 락 페스티벌의 패션 컨셉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은 복잡한 심경으로 잔디를 바라보고 그 위에 돗자리를 깔았을 게다. 펜타포트의 관중석 자리는 여전히 흙바닥이었다. 뭐가 좋은지 기호의 차이를 떠나서 더 여유스런 분위기를 연출해준 것은 지산밸리. ... 그런데, 지산밸리 관중석의 장점이 정말로 잘 발휘된 것은, 푸드코트와 완전한 분리를 구현한 것일게다. 펜타포트 관중석의 한계는 푸드코트가 밀고 올라오는 자리까지를 경계로 삼는게 일반적. 결국 많은 관중들이 몰리게 되면 무대의 좌측에는 푸드코트에 막히고 오른쪽으로만 길게 늘어져, 좀 이상하게 관람을 하는 구조. 그런데 지산밸리는 장방형으로 축구장처럼 자리잡힌 잔디밭을 충분한 관람공간으로 제공하고, 그 공간에는 일체의 푸드코트나 부쓰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 뒤에 한계단 언덕 올라가서 각종 부쓰를 설치해줌으로 해서, 공연을 관람할 사람과 부쓰에서 노닥거릴 사람, 그리고 부쓰의 소음과 냄새와 구분을 해주셨으니. .. 이것이 지산밸리 관중석 배치의 강점이 아닐까.

5. 부대시설

7. 25 펜타포트를 마치고 버스에서 지산밸리에 갔었던 지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첫마디로 터지는 이야기가 "지산밸리 시설 너무 좋아" .. 곧이어 "화장실에 비데도 있어~" 펜타포트의 그 이동식인지 고정식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화장실에만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비데~"가 귓가에 들려왔다. 지산밸리에서 무리한 대장을 달래려 화장실에서 "비데있음"을 확인하였고, 사용해보려 했으나 작동은 안되더라는... 잡설은 그만한다 치고, 모든 것을 허허벌판위에 임시로 세워야 하는 펜타포트에 비해, 이미 리조트 시설을 갖추고 안정적인 건물과 시설을 갖춘 지산밸리가 확실히 편리했다. 생각하기에. ... 일단, 락 스피릿에 경도된 낭만파가 아니라면, 그리고 특히 여성이라면, 그리고 처음으로 락 페스티벌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지산밸리급 부대시설이 안되는 펜타포트를 마구마구 무시할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락 페스티벌에서 뭘 깔끔위생따지는 시설을 바라냐!"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고, 그 시설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본인도 "리조트 따위가 락의 성지가 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1인이긴 하다. ㅎㅎ

6. 먹고 마시기

맥주는 3,000원을 받으면서 컵은 스타벅스 레귤러급으로 주시고, 편의점에서 1,000원이면 살수 있는 진공팩에 든 아이스커피가 2,000원! 작년에 먹었던 펜타포트 제육덮밥을 다시 5,000원에 먹을 때는 약간 감사했었는데, 지산밸리에서 목살김치찌게를 7,000원으로 먹을 때는 좀 그랬다(참고로 저 가계부 쓰는 암사동 독거노인이다.) 게다가 지산밸리에서는 피자를 먹을려고 45분 정도를 줄 서서 먹게 되었는데, ... 누군가 블로그에 썼더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피자를 먹는 것이 아니라 패티스미스의 공연을 보는 것"이라고. 펜타포트이건 지산밸리이건 우리에게 2% 정도 모자란 락 페스티벌의 문화는. 관광지 상술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노력일 것이다. 이 노력은 주최측에서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될 것이니. ..

7. 환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의 실질적으로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돈을 찍어내는 사람들과 그 돈을 유통하며 이익을 취하는 환전꾼들이다. 환전꾼들은 그 역사가 깊어서 예수님 이전의 유대교 예배당에서 활약을 했던 기록도 있나보다. 어느 곳에서건 환전이 이뤄진다면, 누군가는 이익을 취한다. .. 각설하고 펜타포트는 그 쿠폰제가 없어졌다. 현금으로 뭐든지 살수 있었다. 2006년도 부터 쿠폰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 낙전 수입도 챙기고 하던 것을 관리가 어려웠다고 생각했는지, 현금 체계로 바꾸었다. 지산밸리는 이번에 웃기는 부루마블 돈을 찍어냈다. 이건 쿠폰도 아니고 액수의 단위도 천원, 오천원, 만원짜리였는데 나중에 잔액이 남으면 다시 현금으로 돌려준다고 하더라. ... ... 나는 부루마블 돈으로 환전시켜주고, 소비하는데에 있어서 그것들을 어떻게 세금 처리하는 지 꼭 밝혀내고 싶다. 부루마블 돈으로 환전해주는 곳에서도, 그리고 음식을 파는 곳에서도 현금영수증이나 세금처리를 위한 적격증빙을 발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말보로 부쓰에서 담배를 사며 현금영수증을 요구하던 분이 당연하다는 듯이 거절당하는 것도 목격했다. 분명 이 과정에서 일정부분의 세금 누락(또는 고의적인 탈세)가 발생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것이 몇 %의 이익이던, 환전꾼의 이익 챙기기 행위로 보여진다.. 그리고 락 페스티벌 기념으로 부루마블 돈 잔액을 현금으로 안바꾸고 소장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 결코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이익은 작은 규모가 아닐 것이다.

8. 교통

숙박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통편에 대해서만 말할 수 밖에 없겠지만, ... 이미 지산밸리의 숙박업소들의 횡포에 대해서는 언론에 뜬 적이 있다. 사실 여태까지 펜타포트 주변의 숙박업소도 그래왔었겠지만. .. 작년 펜타포트 때 송도 유원지 앞의 모텔은 1일 숙박 8만원이 적혀 있었으니, 금번 지산밸리 1일 숙박에 10만원도 충분히 가능하다. .. 교통은 펜타포트의 승리다. 물론 승용차를 가지고 출정하시는 분들은 어디나 상관이 없을테니 배제하고 대중교통일 경우의 비교이다. 금번에 나는 지산밸리로의 이동경로를 동서울터미널->이천시외터미널->12번버스로 도착하였고, 오는 길은 셔틀버스->보정역에서 택시를 이용했다. 이 오는 길의 압박 때문에, 오아시스(Oasis)의 "Champagne Supernova"를 중간까지만 감상해야했고, 예의 그 마지막 날 불꽃놀이를 등 뒤로 하고 뛰어야 했다. ㅜㅜ. 셔틀버스는 매우 좋았으니.. 그런데, ... 이렇게 해서는 지산밸리에는 펜타포트처럼 젊은 고딩들이 참석하지 못한다. 실제로 펜타포트에서는 많은 청소년들을 볼 수 있었는데, 지산밸리에서는 청소년들을 보기가 매우 힘들었다.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온 사춘기 이전의 소년소녀들 아주 쬐금? 유모차는 좀 있었고 ㅎㅎ..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지산밸리는 펜타포트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접근성이 참석자를 일정 연령 이상으로 높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장벽이 안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되는 조건이 되버리고 만다.. 락 페스티벌이 젊음을 유입시키지 못할 장벽이 있다면, 글쎄올시다. ..

9. 분위기

이제는 정말로 락 페스티벌의 대중화 시대라고 불러도 될 만큼. 특히나 이번 펜타포트에서는 가격대도 많이 낮추고 외국 뮤지션 라인업으로 문화적 장벽을 세우던 것을 과감히(자의던 타의던) 포기해버렸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펜타포트의 락 페스티벌에서는 기존의 홍대포트라는 오명을 만들어 낼 만한 그분들이 다수 참석을 하셨지만, 새롭게 락페인으로 진입하시는 분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개성적인 연출을 즐기시는 분들은 락페라면 이곳저곳 있기 마련이신지라, 그렇다고 해서 일상의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어지간히 해방구의 분위기는 유지. .. 그에 반해 지산밸리는 글래머러스하고 럭셔리한 분들이 많이 계셨다는 느낌. 펜타포트가 "홍대포트"라는 오명을 받는다면, 지산밸리도 "지산클럽"이라는 오명을 붙여줘도 될 만큼, 조금 더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조금 더 과시욕을 발휘할 수 있고, 조금 더 섹시하고("과감한 노출은 감사합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 앞서 언급한 대로 지리적 위치나 티켓의 구매력으로 봐서 일정수준 경제적 수준의 차별화가 이뤄진 것을 실제로 느낄 수가 있었다. ... "이 얼마나 개같은 경우인거냐!", "이런 클래시즘을 구현하고자 락 페스티벌을 하자는 거냐?"라고 외쳐보고 싶은데, 지지해줄 백업이 없다. ㅜㅜ. 미래에 제발 "나는 펜타포트(또는 지산밸리) 다녀왔다!" 고 말하는 것이 아무런 사회적 계급의식도 내포하지 않는 의미가 되길 바란다.

10. 총평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 계기가 되었다. 둘 다 해외 뮤지션의 라인업(실제로는 후지 락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의지해서 행사를 치를 생각만 바꾼다면, 금번과 같은 비극은 해프닝으로 잊고 모두다 양대 락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락 페스티벌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7. 24 금요일에 위저(Weezer)를 못보러 간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무리한 일정에 어렵게 표를 구해서 펜타포트와 지산밸리 모두를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는 락페스티벌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선택을 강요당하는 사람이 되지말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p.s.

7.25 오후 2시 경
펜타포트에서 이른 오후의 한적한 공연장,

무대 셋팅 막간을 틈타서 
 새우깡 먹는 

암사동독거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