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의 소설도 한 편 읽어보지 못한 내가, 현충일 공휴일을 앞둔 날 저녁에 도서관에서 고른 책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월간지 <괴테>에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월간지이지만 지면의 제약이나 압박이 상당한 것인지, 아니면 글쓴이의 의도인지 몰라도. 한 주제에 A4 용지 1장 조금 넘는 분량으로 씌여져 있다. 이것이 메세지를 캐치하는 데에도 읽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긴 하지만, .. 깊은 성찰에 까지는 이르기 어려워서 .. 그것이 못내 아쉽다.
첫 페이지, 첫 주제, 첫 깨우침
7 p, 무취미의 권유, ".. 취미란 기본적으로 노인의 것이다. 너무나 좋아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그것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일로 삼는 프로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주제, 마지막 깨우침
176 p, 분재를 시작할 때, ".. 그래도 나는 언젠가 분재를 시작할 때가 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시시때때로 한다. 그때가 오면 나는 소설 쓰기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 그런 상상이 결코 불쾌하지는 않다. 분재는 생각보다 멋진 세계여서 심오하고도 흥미로울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분재의 세계에 빠져들면 그때는 오히려 분재에 관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분재에 관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아마도 분재를 그만두지 않을까."
이것은 취미에 대한 이야기 두 개를 발췌한 것이지만, 실제 전반적인 내용은 취미에 대한 에세이라기 보다는 '일'에 대한 에세이이다. 목차를 한번 보자.
- 목차 -
무취미의 권유
소수파의 원칙
세계화는 사상이 아니다
'좋아한다'는 말의 애매함
일과 인생의 파트너십
최고 걸작과 작품군
아우라의 정체
꿈과 목표
정열이라는 덫
집중과 긴장과 이완
곤경
어떤 옷차림을 할 것인가
식사 대접과 접대
메모
비즈니스와 독서
품격과 미학에 관하여
리더의 역할
사죄라는 행위는
스케줄 관리
'협상의 기술'이라는 경박함
인맥
동기부여
호적수
세계화와 일본 사회
부하는 '장악'해야 하는가
효율화와 여유
후회 없는 전직
때로 투자가 희망도 낳지만
노동자와 소비자
결단하는 힘
살아남기
충고에 대하여
일과 생활의 균형
업무상 글쓰기
어학의 필요성
기획하는 방법
실패에서 얻는 것
분재를 시작할 때
.. 참으로 광범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삶의 태도이자 생활양식으로써의 '일'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에 근본적으로 이 책은 자기계발 서적으로 분류되어져야 하는게 맞겠고, 그렇게 읽혀지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작가로써 감성을 자극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선배로써 깨우침을 주는 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것 같고.
최소한 성공에 대한 집착은 드러나지 않으므로, 성공을 쫓거나 도움을 준다고 하는 자기계발서들에게 지친 분들에게는 특별히 추천해볼 만 하다.
총 독서시간은 3시간.
몇몇 문장들은 적어두고 다시보고 자극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지는.
괜찮다.